길...

by bebleu posted May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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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직 아무도 저 길을 밟지 않은 이른 아침,  몇 년 전만해도 생면부지의 이 낯선 땅, '오베르' 언덕에 서 있게 될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한 명의 이방인이 있습니다.

이윽고 그가 치열한 일과를 앞두고  끝없는 부침의 그래프와 숫자, 그리고 무수한 메일과 현안으로 가득 찬 PC에서 잠시 눈을 뗍니다.

커튼을 젖히자 밤새 잠들었던 차가운 언덕을 데우며 붉게 물들여가는 아침 햇살이 사무실 안을 점점 파고듭니다.

직접 내려다 보이진 않지만 사무실 저 창문 너머론 아직은 제법 차가운 아침 숲바람과 함께  쎄느의 지류인 '와즈'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그 옆으론 Vincent Van Gogh가 삶의 마지막 피빛 예술혼을 토해내던 밀밭과  5월이 되자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Auvers-sur-Oise 언덕이 아침 안개의 휘장 속에 그렇게 잠겨있습니다.

저 곳에서 Vincent는 'Je suis seul, Je suis seul.. 외로워 외로워' 흐느끼며 처절한 고독감과 본인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심신의 아픔 속에서  삶의 독한 압쌩뜨에 늘 취해있어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평창의 메밀밭, 그 아침 햇빛을 바라보며 고뇌했던 젊은 효석처럼, Gogh도  한낮 동안 가슴을 가득 채웠던 황금 밀밭 바람에 대한 기억과 천창으로 쏟아져내리는 무수한 별들과 함께 잠이 들었다가 이른 아침 스며든 냉기로 그 취기에서 문득 깨어나 텅빈 다락방의 작은 격자창을 통해 이 아름다운 황금빛 아침 노을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문득, 이렇게 창문 안 쪽에 서 있으면, 이른 아침 저 언덕 위를 올랐을 그가 보이고, 멀리 있는 동생 떼오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의 재능과 작품, 특히 화가로서의 빛밝은 비전과 궁핍하고 무거운 현실 간의  그 괴리감을  끝내 이겨내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던히도 애를 썼던 빈센트의 처절한 극복 의지가 금세 느껴집니다.

또한, 당시 남들이 눈치채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회화적 시도, 자연에 대한 그의 우주적 Contemplation, 그의 강렬한 시선이 투영된 거칠고 힘찬 붓질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 에너지와 감성으로 밀려옵니다.  

그의 많은 편지에는 짧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놀랍게도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경외, 긍정과 낙관, 기어코 이겨내려는  강인한 결의와 스스로의 투쟁,  후대를 위한 그 희생의 정신같은 것들이 강렬하게 녹아 있음을 봅니다.  바로 그것들이  현재의 저와 현실의 우리에게 남다른 영감으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제 차례가 되어,  <지난 3년간 60만Units의 신 수요가 사라졌고,  구매력 회복과 소비자들의  반응 자체가 이보다 더 느릴수가 없으며, 너무도 국수적이며 까다로운 이 곳 프랑스에서 지난 2년간 수 백가지의 새로운 것들을 이식/구축/적용/전개 등  거의 혁명적인 개선을 해왔던 것처럼, 적어도  우리의 후배들에게만은 정말 제대로 된 브랜드유산을 남겨줘야 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며  그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와 희생의 열정, 그  현장 실행력을 간구하며 묵상합니다.

이 부족함과 이 외로운 싸움이 우리의 '아픔'이라면, 바로 그 '아픔'이  오히려 발품을 파는 현장 실천력과  '사명'을 부여하는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것은  후세를 위한 준비와 희생이어야 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빈센트의 그 절절한 고독과 아픔들이 있었기에  불후의 작품들과 그의 정신이 후대의 우리들에게 이렇게 소중히 남겨졌듯이 말입니다.

자 이제 또 다시 우리 앞에 놀랍도록 역동적인 하루가 저 아침 노을과 함께 이렇게 부활하였으며 직원들의 출근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입니다.  

이윽고 그가  펜을 들어 동생  떼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 My dear Theo,
I still have to ask you to send me a few ordinary brushes as soon as possible, of more or less these sizes
[sketch]
Half a dozen of each please.
I hope that you’re well and your wife too, and that you’ll enjoy a little of the good weather. At least here we have splendid sunshine.
Ever yours, Vinc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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